[복지시론] 세금과 국민생활

박혁종 본지 대표

예기(禮記) 단궁(檀弓), 공자가어(孔子家語) 정론해(正論解)에 나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공자(孔子)가 태산 옆을 지나가는데 어떤 부인 하나가 무덤에서 슬피 울고 있는 광경을 보고, 공자는 수레 앞턱의 가로나무를 잡고 듣고 있다가 제자인 자로(子路)를 시켜 그 연유를 묻게 했다. “부인이 우는 것이 심히 깊은 근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자로가 묻자 부인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죽었고, 남편이 또 호랑이에게 죽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아들이 또 호랑이에게 죽었습니다” 라며 슬퍼하였다.
“그럼 왜 떠나지 않았습니까?” 하고 공자가 묻자 부인이 대답했다.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제자들아, 명심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세금이 죽음 보다 무섭다는 말이다.
지난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과 기자들이 간담회를 갖은 자리에서 김 이사장은 “술에 건강부담금을 매기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전해지면서 서민들로부터 파문이 확산되자 건강보험공단은 “아직은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고, 정부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여지는 남겼다.
도대체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이 어느 정도로 나쁘기에 서민들의 피로와 애환을 달래주는 소주에 건강부담을 부과한다는 것일까.
이는 문재인 케어의 핵심인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확충이 가장 큰 이유다. 건보공단은 올해 7년 만에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규모도 1조원이 넘고, 내년 예상 적자폭은 3조원 정도로 더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술에는 이미 많은 세금이 붙어있지 않은가? 소주와 맥주의 경우, 제조원가의 72%가 ‘주세’라고 하는 세금이다. 그리고 주세의 30%가 교육세로 더 붙고, 소비자에게는 여기에 부가가치세 10%가 더 붙는다, 원가보다 세금이 더 많다.
그런데도 여기에 부담금이 부과되면 소비자들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술에 건강부담금까지 매겨지면 부담은 더 커지고, 술에 부과될 건강부담금이 어떤 수준으로 결정 될지는 모르지만, 3년 전 소주의 출고가를 90원 올렸을 때, 일반 음식점에서의 판매가는 500원 이상 오른 것을 단순 비교만 해봐도 6배가량 뛸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조금만 올라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커지고, 서민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온라인상에선 “건강보험 부실운영을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것 같다”며 서민증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연 정부는 주류부담금을 매기는 게 가능할까? 술에 건강부담금을 매기는 것은 정부가 결정할 일이고, 국회의 통과를 해야 하는데. 지난 18대와 19대 국회에서도 술에 건강부담금을 부과하려 했지만, 당시에도 소비자의 반발로 무산됐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니지만, 필리핀에서 설탕이 든 음료수나 사탕, 과자 등에도 건강부담금을 매기기로 했는데, 이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25년이 걸리기도 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는 그리고 정책은 일방적인 주장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아집과 편견을 소위 ‘프로쿠루테스의 침대’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쿠루테스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초대,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쇠로 제작한 침대에 강제로 눕히고 나그네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몸을 늘여 죽이고, 침대보다 크면 다리를 잘라 죽였다. 프로쿠루테스의 침대와 키가 똑같아야 살아나갈 수 있는 나그네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상대의 좋은 점을 안다면 비록 어느 정도의 대립은 있었을지언정 협력과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상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극심한 대결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감정의 쏠림에 빠져드는 것은 인간이면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인지도 모른다. 맹목적인 감정이 나나 상대방에게 상처를 남기고, 일에도 나쁜 결과를 가져왔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가져 봤을 것이다. 대상은 변함이 없지만, 그에 대한 감정이 달라짐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해 본적도 있을 것이다. 감정을 느끼더라도 객관적인 시선을 잃어버리면 안 되는 까닭이다. 그래야 진정으로 그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
정치는 그리고 정책은 100년 대계이다. 확신이 강하게 들수록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적어도 국민을 대하는 결정은 소수의 의견을 수렴했을 때 나올 수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소수 의견의 비중을 높게 두면 둘수록 잘못된 실행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와 무거운 세금 때문에 고생을 하는 백성들의 비참한 생활을 그리면서 ‘가정맹어호’라는 말의 참뜻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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