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나 화이트데이 역시 상업적인 기획에 의해서 만들어진 날이다. 밸런타이를 초콜릿과 연계해 큰 소득을 올린 일본 제과회사 모리나가에서 당시 비인기 품목에 속하던 마시멜로우(Marshmallow 부드럽게 굳힌 흰색크림)를 팔아보려는 속셈으로 “2월14일에 초콜릿으로 받은 사랑을 3월14일에 마사멜로우로 보답하라”는 내용의 광고를 낸 것을 계기로 유행하게 됐다.
그래서 처음에는 마사멜로우데이였는데 화이트데이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것이다. 화이트라는 말도 흰색인 마사멜로우를 겨냥해 붙여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것을 흉내 내서 11월11일을 빼빼로데이라는 사랑 고백의 날로 만들어 광고하는 제과회사도 있다.
연인끼리 선물을 주고받거나. 평소에는 용기가 없어서하지 못한 사랑 고백을 특정한 날을 빌어서 하는 것은 낭만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상업적 열풍이 너무 과하다는 데 있다. 어른들은 물론이고 초등학생 심지어 유치원생까지 초콜릿과 사탕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이것은 전적으로 엄마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초콜릿과 사탕을 많이 받는 아이=인기많은 아이>의 등식이 성립되다보니 자연스레 과소비를 부추기게 되고, 적게 받거나 선물을 하지 못하는 아이는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어린이날. 스승의 날 외에 이처럼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 부모들 신경 쓰이게 하는 날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사랑고백 풍습이 있다. 정월대보름 탑돌이가 대표적일 것이다. 원래 신라시대에 사월초파일 종교의식으로 행하던 탑돌이가 세월이 흐르며 민속행사로 바뀌게 된 것이다. 신라시대부터 정월대보름은 처녀들의 밤나들이가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날이었다. 바로 탑돌이 때문이었는데, 미혼의 선남선녀가 탑을 돌다가 눈이 맞으면 사랑을 나누게 되었던 것이다.
조선 세조 때 지금의 탑골공원인 원각사 탑돌이가 문란하다고하여 조정에서 문제가 되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 풍습이 조선시대까지는 계속 되었던 것 같다.
또 견우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에 사랑하는 연인끼리 은행나무 씨앗을 주고받거나 은행을 구워먹으며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요즘처럼 문화콘텐츠가 다양하고 수시로 변하는 시대에 굳이 일본 제과회사에서 장삿속으로 만들어낸 날에 나라 전체가 들썩일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