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부터 5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주기로 한 아동수당은 상위 10%를 제외하고 9월부터 지급될 것이다.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아 9월로 연기하자는 야당의 입장이 반영되었다.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주는 기초연금은 9월부터 25만 원으로 인상된다. 기초연금이 인상되면 될수록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박탈감은 커지고, 기초수급자는 헌법에 규정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무슨 소리인가?
기초연금은 당초 기초노령연금으로 불리고 노인 중 하위 70%에게 월 약 9만원씩 주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이름을 ‘기초연금’으로 바꾸고, 월 20만 원으로 인상했다. 매년 기초연금액이 조금씩 인상되어 2017년 현재 단독가구 노인은 20만6천50원, 부부가구는 80%인 32만9천680원까지 받을 수 있다. 공무원연금을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고, 국민연금 등을 많이 받거나 소득인정액이 상당한 사람은 2만 원까지 감액될 수 있다.
20년 이상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하여 연금을 받는 사람은 월평균 200만 원 가량 받기에 이들에게 기초연금을 주지 않고, 소득과 재산이 상당한 상위 30%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지 않는 것은 사회정의의 관점에서 납득할만하다.
그러나 이 땅에서 가장 가난한 약 40만 명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은 사회정의에 부합되지 않는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노인은 기초연금으로 받고 그 다음 달 생계급여에서 그만큼 덜 받기에 ‘줬다 뺏는 기초연금’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노인에게 기초연금은 보편적인 급여
기초연금은 기초연금법에 의거하여 노인 70%가 보편적으로 받는 급여이다. 아주 가난한 노인뿐만 아니라 중산층 노인도 기초연금을 받는다. 현재 대다수 노인은 일제강점기나 해방직후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고, 산업화에 기여하였지만 자녀들을 키우느라 노후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1988년에 근로자에게 국민연금이 적용되고, 1995년에 농어민, 1999년에 도시자영인에게 적용되었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적이 없는 노인이 많고, 가입했더라도 노후생활에 충분한 연금을 받는 노인이 적기에 하위 70%에게 기초연금을 주는 것은 불가피하다.
기초연금은 하위 70% 중에서 다소 형편이 나은 사람에게는 차등지급을 하고 있다. 기초연금 수급자 중에서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20만6천50원이고, 가장 적게 받는 사람이 2만 원이다. 기초연금법 제5조는 기초연금을 기준연금액과 국민연금 급여액 등을 고려하여 산정하도록 규정한다. 같은 법 제6항 2호 다항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조에 따른 수급권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에게는 기준연금액을 지급하도록 한다. 즉, 기초연금법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게 2017년 기준연금액인 20만6천50원을 매달 지급하도록 규정하였고, 정부는 법대로 지급하고 있다.
생계급여는 이전소득 공제 후 지급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인 사람에게 생계급여를 제공한다. 2017년 1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은 165만2천931원이고 그것의 30%인 49만5천879원 이하 소득인정액을 가진 노인은 부족한 만큼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 소득인정액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인데, 정부는 ‘기초연금’을 이전소득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어떤 노인이 기초연금으로 20만6천50원을 받으면, 그 다음 달 생계급여는 49만5천879원에서 기초연금을 공제한 28만9천829원으로 줄어든다.
기초연금법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노인에게 기준연금액을 전액 지급하도록 법으로 정했지만, 행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을 통해 기초연금을 이전소득으로 간주하여 그만큼 덜 주고 있다. 입법부에서 법으로 정한 것을 행정부는 시행령으로 주지 않으면서 “합법적”이라고 강변한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헌법 위반이다
2014년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비합리적인 처사라고 비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론으로 정하고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으며 관련 법안까지 제출하였다.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꾼 후에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개정하겠다는 의지가 줄어들었다. “기초생활보장 급여와 기초연금의 수준이 최저한의 생활을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임을 감안할 때 기초연금 수급을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삭감해서는 안된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퇴색되었다. 이 땅에서 가장 가난한 노인에게 지급된 기초연금을 공제한 후에 생계급여를 주는 것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며, 사회정의에 벗어나는 일이기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
헌법 제3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모든 국민은 성별, 연령, 피부색, 종교, 학력, 소득수준 등 다양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헌법 제34조 제2항에서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제5조에서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요약하면,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특히 국가는 신체장애/질병/노령 등으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호해야 한다. 노령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기초연금을 받고도 다음 달 생계급여를 그만큼 받지 못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인간다운 생활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인 헌법 위반이므로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기초연금법은 소득인정액이 하위 70%에 해당되는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소득인정액은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한 금액이다. 이 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급여,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과 보호수당, 장애인연금, 양육보조금, 아동복지법 제59조제2호에 따른 비용의 보조금,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아동양육비, 실업급여, 근로장려금 등은 소득인정액을 산정할 때 제외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노인이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받으면, 그 돈은 기초연금법상 ‘소득인정액’으로 산정되지 않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소득평가액을 계산할 때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을 합산하도록 한다. 특히, 이전소득에는 기초연금법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연금이 포함되어 있다. 이전소득 중에서도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보육/교육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성질의 서비스 이용을 전제로 받는 보육료, 학자금 등은 모두 이전소득에서 제외시키면서도 유독 기초연금을 이전소득에 포함시킨 것은 기초연금법의 취지를 짓밟는 처사이다.
기초연금은 2018년 9월에 25만원으로 인상되고, 2021년에는 30만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 땅에서 가장 가난한 노인은 기초연금을 더 받은 만큼 그 다음 달 생계급여를 덜 받게 된다. 헌법에 부합되지 않고 사회정의에도 맞지 않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계속 시행할 것인가“ 2017년 11월 28일에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99명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조속히 인용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이 땅에서 가장 가난한 노인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바란다.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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