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상식] 임신 관련 지원 체계적으로 개선한다

행정안전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임신 관련 지원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임신 관련 지원이 20여 종이지만, 임산부와 가족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잘 모르고, 알더라도 이용 절차가 복잡하여 이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정부는 임신 지원 서비스를 한 번에 신청하는 ‘든든임신 서비스(가칭)’를 도입하기에 앞서 임산부들이 느낀 불편과 건의사항을 들었다. 당사자의 의견에 맞게 개선방안을 서둘러 만들기 바란다.

◈ 임산부들은 통합 서비스를 요구했다
한국행정연구원 정서화 박사는 2019년 3월 정부 대표 포털사이트인 ‘정부24’ 이용자와 송파구 보건소 방문자 3천173명을 대상으로 임신 관련 지원 서비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89.1%가 임신 지원 통합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여겼고, 임신 관련 지원 서비스를 알지 못한다(36.8%)거나 방문 불편(17.1%)과 구비서류·신청절차 복잡(11.1%)을 호소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정책 수요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적극 반영해 당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임신 관련 지원 서비스를 내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보건복지부(복지부), 서울특별시 등 관계기관 담당자들도 참석하여 지혜를 모으기로 했다.

◈ 전국 모든 임산부가 지원받는 서비스
대한민국 모든 임산부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표준모자보건수첩 배부(주관기관-복지부), 임신출산 진료 지원(복지부), 엽산제 지원(복지부), 철분제 지원(복지부), 맘 편한 KTX(한국철도공사), 한국마더세이프 전문상담(복지부), 출산전후(유산·사산 포함) 휴가급여(고용노동부) 등 7가지이다.
그런데, 지원기관이 복지부, 한국철도공사, 고용노동부 등으로 분산되고, 이를 일선에서 시행하는 기관도 보건소, 건강보험공단, KTX 역창구, 고용센터 등으로 분산되었기에 임산부들이 이용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 서비스는 반드시 임산부가 관내 보건소 등을 방문하여 받고, 극히 일부 사업만 온라인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 젊은 세대는 모바일로 접근하는 것을 선호하므로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자보건수첩 배부, 엽산제·철분제 지원은 이름만으로 사업을 대강 이해할 수 있지만, 한국마더세이프 전문상담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출산전후 휴가급여는 3개월간 유급휴가를 받는 것으로 임산부에게 가장 인기있는 사업이다. 문제는 ‘모든 임산부’가 받는 것이 아니라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인 임산부만 받을 수 있다.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일하지만 단기간 근로자로 일하거나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특수노동자는 이용할 수 없다.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농어민 등 자영업자는 출산전후 휴가급여를 받을 수 없다. 출산전후 휴가급여는 아직 모든 임산부가 보편적으로 누리는 서비스는 아니다.

◈ 임산부가 소득기준에 맞으면 받는 서비스
전국 임산부가 소득기준에 맞으면 받는 서비스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복지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복지부),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복지부), 에너지 바우처(산업통상자원부), 의료급여 수급자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복지부), 청소년 산모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복지부), 여성 장애인 교육지원(복지부) 등이 있다.
그런데, 의료급여 수급자에게 주는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은 소득기준이 납득되지만 청소년 산모 임신·출산 진료비와 여성 장애인 교육지원에 소득기준을 두어 일부에게만 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청소년 산모는 혼인외 임신이 많기에 산모가 가정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 임신을 한 여성 장애인에게 교육을 지원한다면 굳이 소득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5%이고 여성은 절반이기에 대상 인구의 2.5%인 소수자에게 제공하는데 추가로 소득기준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
아울러, 6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주고, 가정에서 부모(혹은 보호자)가 미취학 아동을 키울 경우에 양육지원비로 20만 원까지 주는 나라에서 난임부부 시술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등을 제공하는데 추가로 소득제한을 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합계 출산율이 0.98명으로 ‘인구절벽시대’가 오는데 ‘소득기준’으로 일부 임산부에게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 에너지바우처는 가구원 중에 임산부, 6세 미만 영유아, 65세 이상 노인, 등록장애인 등이 있는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혹은 의료급여 수급자만 신청할 수 있다. 부양의무자의 부양비를 포함하여 가구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40% 이하인 가구가 신청할 때만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하위 2%만 받을 수 있다. 전체 인구의 98%가 받을 수 없는 제도를 ‘소득기준’만 맞으면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과대’ 광고를 하는 셈이다.
초저출생 고령사회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한다는 차원에서 임신 관련 지원에 대한 소득기준을 없애거나 최소한 ‘기준 중위소득의 200% 이하’ 가구로 확대시킬 것을 제안한다. 대학생 국가장학금은 가구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의 200% 이하까지 받을 수 있는데, 임산부가 받는 각종 급여의 소득기준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공평하지도 않다. 서둘러 소득기준을 폐지하기 바란다.

◈ 지방자치단체에서 임산부에게 주는 지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임산부에게 주는 추가 지원도 적지 않다. 경기도 광주시의 경우 보건소에서 관내에 거주하는 임산부에게 예비·신혼부부 건강검진, 무료 산전검사, 기형아 검사비 지원, 임산부·영유아 교육 프로그램, 무료 분만 전 검사를 실시한다. 광주시가 하는 임산부 지원 사업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대부분 하는데, 당사자가 관내 보건소를 방문해 받고, 다른 의료기관에서는 받을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임산부에게 주는 지원은 전국 보건소 대부분이 실시한다. 그런데, 관내에 사는 임산부가 관할 보건소를 이용할 때만 받을 수 있고, 다른 지역 보건소에서는 받을 수 없다. 이는 임산부의 거주지와 직장이 다른 경우도 있고, 출산을 앞두고 친정이나 연고자가 있는 지역으로 거소를 옮기면 관내 보건소만 이용하기에 불편하다. 전국 모든 보건소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거주 지역 보건소에서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 지역 제한을 풀어 임산부가 전국 모든 보건소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임신 지원 서비스를 보편화 시켜야
임신 지원 서비스는 임산부가 한시적으로 받으므로 굳이 소득기준을 두어 활용률을 낮출 필요가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모든 임신 관련 지원을 산전 혹은 산후에 주는 것, 임산부 혹은 영아에게 주는 것으로 체계화시키고, 꼭 필요한 서비스라면 소득기준을 철폐해 보편적인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보건소를 방문하여 신청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사자가 임신 관련 서비스를 신청하면 관련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안내받고, 본인 확인만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신출산진료비 지원을 받기 위해 발급한 ‘국민행복카드’로 모든 관련 서비스를 전국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임산부가 맘 편하게 임신하고 출산하여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세상을 열어가자. 초저출생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이다.

참고=정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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