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자치단체마다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읍·면·동주민센터를 읍·면·동행정복지센터로 바꾸고, 행복센터에 맞춤형복지팀을 만들어 방문조사를 하고 개인별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한편으로 사각지대가 많았던 원인을 찾고 이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각지대, 발굴 이렇게 하고 있다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지원을 위해 집중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복합적인 문제가 있는 위기가구를 발굴, 통합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해 지속적인 상담과 생활지원 등 맞춤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도 공공복지를 강화하고, 행복e음 복지사각지대발굴시스템과 복지이장 등 인적안전망을 활용해 연중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체계를 갖추었다.
시민이 시·군·구나 읍·면·동에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복지급여가 360가지이고, 대부분은 당사자나 가족이 신청할 때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누구든지 복지급여가 필요한 사람은 보건복지콜센터(129)로 전화하고, 시·군·구 희망복지 지원단이나 읍·면·동 맞춤형복지팀에 신청하면 수급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복지사각지대, 왜 해소되지 않는가?
대한민국 사회복지는 크게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 등으로 구성된다. 그중 사회보험은 국민연금공단 등 공단이 운영하고, 공공부조는 시·군·구와 읍·면·동에서 실시하며, 사회서비스는 정부의 지원을 받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제공된다. 따라서 시·군·구와 읍·면·동은 전체 국민의 복지보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위기가정에 대한 공공부조에 집중하고, 전체 국민의 복지에 대해서는 등한시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최근 정부 예산 중 복지의 비중이 폭발적으로 커졌지만, 국민과 공무원의 복지의식은 매우 낮은 단계이다. 예컨대, 2017년 국가예산은 400조 원이고 그중 복지·보건·노동예산은 130조 원으로 전체의 32.5%이다. 복지예산은 국방예산 40조 원의 3.25배이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국방예산이 복지예산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국민들이 복지를 어려운 이웃의 문제, 남의 문제로 인식한다. 복지급여는 조건에 해당되더라도 당사자나 가족이 신청할 때만 받을 수 있는데, 상당수의 국민들이 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몰라 신청조차 하지 않는다. 예컨대, 2016년에 가구당 월 소득인정액이 318만 원 이하의 대학생은 신청하면 연간 520만 원까지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던 수십만 명의 대학생이 장학금을 받지 못한 이유는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복지급여를 신청한 사람에게 주기에 신청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 복지급여를 신청한 사람에게만 주겠다는 ‘신청주의’의 원칙을 바꾸지 않는 한 복지사각지대는 꾸준히 생길 수밖에 없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교육 필요
국민이 자신에게 필요한 복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모든 시민에게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정부는 맞춤형 복지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복지를 받아야 할 국민이 그것을 몰라서 신청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7년 4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의 70%가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액이 노인 단독가구는 20만6천50원, 부부가구는 32만9천680원까지 인상되었다. 기초연금을 받길 희망하는 노인은 주소지 관할 읍·면·동주민센터나 가까운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신청하면 된다. 신청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단독가구는 119만 원, 부부가구는 190만4000원 이하일 때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의 소득인정액을 정확히 산정할 수 있는 노인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소득인정액은 소득평가액에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친 금액이다. 소득평가액은 노인(부부)이 번 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이전소득 등을 합친 금액 중 일부를 공제한 소득이다. 또한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정확히 계산할 줄 아는 노인은 거의 없다.
따라서 정부는 복지제도를 간소하게 정비하여 당사자에게 알기 쉽게 가르쳐주고 복지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수급자를 선정할 때 가장 흔히 쓰는 ‘소득인정액’이란 낱말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때, 부양의무자 부양비 산정 때,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 때마다 다르다. 지나치게 복잡하여 담당공무원조차도 컴퓨터 프로그램에 자료를 입력하기 전까지는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복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복지제도를 설계할 때 종류를 단순화시키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준화시켜야 한다. 수급자 선정기준도 최저생계비, 기준 중위소득, 소득10분위와 같이 다양한 기준보다는 핵심 기준을 범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지급여를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인구층에게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교육을 실시하여 쉽게 일괄적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번 신청하면 관련 복지급여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양의무자 기준 없애거나 완화시켜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막상 대상자를 발굴하면 ‘부양의무자 기준’에 묶여서 복지급여를 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즉, 당사자는 소득과 재산이 별로 없어서 복지급여가 필요하지만, 부양의무자(흔히 자녀와 부모)가 있고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복지급여를 받을 수 없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생계를 같이 하지 않더라도 부모는 자녀를 부양하고, 자녀는 부모를 부양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다. 특히 아들과 며느리는 기준 중위소득을 넘는 금액 중 30%는 부양비로 간주된다. 예를 들면,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키우는 4인 가구는 월소득인정액이 446만 원을 넘으면 그 금액의 30%는 부모부양비로 써야 한다. 646만 원인 사람은 200만 원의 30%인 월 60만 원(연간 720만 원)을 부모 부양비로 써야 한다는 논리이다. 만약, 이혼, 별거, 가출, 가족갈등 등 다양한 사유로 사실상 부양을 받지 못한 경우에도 ‘공적으로 인정받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각지대로 내몰린다.
따라서 정부가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중요한 방법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시키는 것이다. 2015년 7월 이후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중 교육급여 수급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다. 해당 가구의 소득인정액만으로 교육급여 수급자를 결정하고, 수급자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고, 대학교도 국가장학금으로 사실상 무상으로 다닐 수 있다. 이를 주거급여 수급자까지 확대시키면 사각지대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임차료(방세)를 지원할 수 있다. 또한, 부양비를 산정할 때 ‘기준 중위소득의 100%에서 150%’로 조정하고, 부양비율을 ‘30%에서 20%로 낮추면’ 더 많은 사각지대를 해소시킬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시킬 수 있다.
보건복지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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