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5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살고 함께 있다. 서울특별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사는 가구는 2014년 18.8%에서 2018년 20.0%에 도달했다. 주로 개와 살고 있지만, 고양이와 살고 있는 사람도 늘었다.
◈ 5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
5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 2018년 9월에 실시한 ‘2018 서울 서베이’와 2019년 10월에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를 분석한 결과이다. 2018년에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20.0%로 2014년 18.8%보다 1.2%포인트 늘었다.
서울 문화가 다른 대도시에 영향을 주고, 전국화 되는 것을 볼 때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볼 수 있다. 업계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 1000만 명 시대라고 보고 있다.
반려동물(伴侶動物)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의 총칭’이다. 이 낱말은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처음 제안되었다. 이전에는 ‘애완동물’이 널리 사용되었는데, 인간이 동물을 ‘장난감’처럼 여긴다는 ‘애완’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성찰에서 대체되었다. 동물도 인간처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보아 ‘더불어 사는 동물’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 대부분 개, 일부는 고양이를 키운다
시민과 더불어 사는 반려동물은 대부분 개이지만 고양이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조사결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84.9%는 개(반려견)와 함께 살고, 고양이(반려묘)와 함께 사는 가구도 12.2%이었다. 반려묘와 사는 가구는 최근 5년 새 8.6%에서 12.2%로 3.6%포인트 급증했다.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최근 1인·2인 가구의 증가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청년 세대는 학업과 취업으로, 중년은 맞벌이나 이혼·별거로, 노인은 분가나 사별로 홀로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거 1인가구는 생애주기에 일시적으로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비혼이 늘고 수명이 늘어나면서 오랫동안 혼자 사는 사람이 많기에 ‘외로움을 달래기’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2015년 기준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7%를 넘었으며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하는 가구 또한 4가구 중 1가구에 달한다. 가족 등 가까운 사람과 누릴 수 있는 정서적 교감을 반려동물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인간과 반려동물과의 관계는 사람이 동물을 ‘키운다’에서 ‘함께 산다’로 바뀌고 있다.
반려동물의 비중은 여전히 반려견이 높지만 최근 몇 년간 반려묘가 뚜렷하게 증가된 것도 1인 가구 증가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2018년에 개를 키우는 가구는 2014년에 비교하여 4.0%포인트 줄었고,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는 3.6%포인트 늘었다.
반려견은 크기가 다양하기에 큰 개를 키우려면 주거조건이 중요하다. 큰 개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키우기 좋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줄 수도 있기에 원룸과 같은 곳에서 키우는 여의치 않다. 반려견은 주거형태가 매우 다양하지만, 반려묘는 1인 가구나 월세가구에서 많이 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형태(단독주택ㆍ다가구, 아파트, 다세대주택, 연립)나 입주형태(자가, 전세, 월세), 가구원 수로 분류했을 때 반려묘 가구는 1인 가구(16.0%)와 월세 가구(15.8%)에서 평균을 웃돌았다. 1인 가구에서 반려묘가 많이 나온 이유는 ‘고양이와 사람의 관계’가 다른 동물보다 정서적으로 밀접하고, 좁은 공간에서도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반영한 듯하다.
◈ 동물을 좋아하고 가족처럼 산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면 인간은 먹을 것을 제공하고, 목욕을 시키며, 배설물 등을 청소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아이를 한명 키우는 셈을 쳐야 한다.
반려동물을 기를 때 어려운 점은 동물 종류별로 차이를 보였다. 반려견은 ‘혼자 두고 외출이 어렵다’(63%)는 의견이 많았고, 반려묘는 ‘배설물·털 등의 관리가 어렵다’(63.5%)는 의견이 많았다. 어느 반려동물이나 먹이를 주고, 목욕을 시키며, 함께 놀아주고, 외출을 시키는 등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더불어 살 수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이 쉽지 않지만, 서울시민 1000명에게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키운 경험이 있는지 물은 결과 69.2%가 ‘있다’고 응답했다. 지금 키우는 사람이 ‘20.0%’인데, 키운 경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하면 그것의 3.5배이다. 반려동물을 기른 경험이 있는 사람의 31.6%와 경험이 없는 사람의 12.7%가 향후 반려동물을 추가 혹은 새롭게 기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계기는 ‘동물을 좋아해서’가 62.0%로 가장 높았고, ‘가족 구성원이 원해서’(44.9%), ‘또 다른 즐거움을 위해서’(28.9%)가 뒤를 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는 연령대로 차이가 났다. 10~40대에서는 ‘동물을 좋아해서’, 50대 이상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원해서’란 답변이 높았다. 30대 미만에서는 ‘또 하나의 가족을 원해서’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40대 이상에서는 ‘또 다른 즐거움을 위해서’ 키운다는 답변이 많았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함께 사는 이유는 애정을 쏟고 동물로부터 반응을 받으면서 정서적으로 교감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체온은 사람보다 1~2도가량 높아 안으면 따뜻하고 포근한 털이 있어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안정을 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병원에서 76명의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치료 도우미견과 함께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불안감, 스트레스, 맥박, 혈압 등에서 현저한 개선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 반려동물 시장이 뜬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을 위한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은 최근 한 달 동안 반려동물의 주거환경 관련 용품의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급증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이 집안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미끄럼방지용 테이프는 2배 이상 팔렸고, 반려동물의 대소변에 대비한 방수 소파 커버와 펫 도어, 공간을 분리해주는 울타리 등도 잘 팔렸다. 반려묘 가구 비율도 증가하면서 해먹과 고양이 침낭·담요, 동굴형 집, 고양이 놀이터 캣폴 등도 인기를 끌었다.
◈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세상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유기동물은 또 하나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시민들은 유기동물 발생의 가장 큰 책임이 ‘무책임한 소유자’에게 있다(90.7%)고 응답했으며, 유기견(36.2%)에 비해 유기묘(47.2%)를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살기 위해 개인의 노력과 함께 사회적 관심도 필요하다. 대전시는 신탄진휴게소에 반려동물 놀이터를 만들었는데, 찾는 사람이 평일엔 약 40여 명, 주말은 약 170여 명이다. 반려동물을 자유롭게 놀게 하면서 양육자들끼리 소통하는 기회가 늘어났다. 자치단체는 반려동물 행동교정과 에티켓교육 등 반려동물문화 개선을 위한 시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반려인과의 소통을 통해 다양한 관련 정책 아이디어를 개발할 계획이다.
서울시도 이번 조사를 통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에 대한 지원책 개발과 인프라 확충을 하려고 한다.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