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노인연령 상향 논의’를 제기했다. 박 장관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노인이 70세가 넘는데, 노인복지법은 65세 이상으로 규정하기에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노인연령을 70세로 올리려는 시도에 대해 일부 당사자와 전문가들은 “노인에게 돈을 덜 쓰려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일부 시민은 수명이 늘었기에 정년 연장을 조건으로 노인기준을 상향 시킬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 65세 노인은 세계적인 기준이다
18세 미만은 ‘아동’, 65세 이상은 ‘노인’은 세계적인 기준이다. 이는 청소년, 청년, 중년 등에 대한 연령 기준이 나라마다 다른 것과 차이가 난다. 연령기준은 같아도 나라마다 노인에 대한 복지급여는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수명이 짧은 나라는 60세 전후부터 노인으로 보고, 수명이 긴 나라는 65세 이상부터 노인으로 대접한다. 우리 전통사회는 관혼상제(관례, 혼례, 상례, 제례)를 중시했다. 만 60세가 되는 해를 ‘회갑’으로 기념하여 ‘노인대접’을 시작했다. 시대가 바뀌어 손주가 “할머니”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이 그렇게 부르는 것을 꺼려 노인연령을 통념에 맞게 수정할 때가 됐다.
◈ 노인연령은 점차 늦추어 진다
노인연령의 기준을 높이자는 제안을 처음 제기한 단체는 대한노인회다. 대한노인회는 2015년에 노인연령의 상향을 공론화시켰다.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은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했다.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지하철 무임승차 등 각종 복지급여는 이 기준을 따른다. 노인의 법적 기준은 40여년이 지났기에 현실을 감안하여 상향되어야 한다. 2017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65세 이상 노인 1만 명에게 물었더니, 응답자의 86.3%가 노인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생각했다. 이들은 건강 상태가 좋아졌고 60세 정년으로 경제력을 해결하기가 힘들다는 것 등이 연령층을 높게 봐야 하는 이유였다.
◈ 노인 기준을 높이고, 소득을 늘려야 한다
노인 기준을 70세로 높이면 65~70세 미만 연령층이 경제적 곤란에 처하게 된다.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 해당되는 사람은 매월 25만 원까지 기초연금을 탈 수 있다. 하위 20%인 사람은 올 4월부터 30만 원까지 기초연금을 탈 수 있는데, 70세로 높아지면 그 미만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기초연금 재정소요 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6월까지 만 65~69세가 받은 기초연금은 1조3천947억 원이었다. 수급연령을 70세로 높이면 이 금액이 절약되고, 기초연금 수급자의 4분의 1인 130만 명의 수급권이 박탈된다. 뿐만 아니라 65세 이상은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고, 각종 공공시설을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노인은 기차, 선박, 비행기 등을 할인요금으로 이용한다. 노인 기준이 높아지면 70세 미만은 경로우대를 받을 수 없어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노인 기준을 높이려면 일을 통해 소득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체로 60세인 기업의 정년을 점진적으로 늦추어서 더 오랫동안 일해 근로소득을 늘리고 복지급여를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 3년에 한 살씩 상향시킨다
노인기준을 70세로 상향시키려면 2019년에 노인복지법을 개정하고, 2020년부터 시행하되 3년에 한 살씩 올릴 것을 제안한다. 즉, 2020년에 66세, 2023년에 67세, 2026년에 68세, 2029년에 69세, 2032년에 70세로 점진적으로 조정한다.
3년에 한 살씩 높이는 것은 평균수명의 연장과 밀접히 관련된다. ‘2017년 생명표’에 따르면 2017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2.7년이었다. 이는 10년 전 대비해선 3.5년이 늘었다. 성별로 보면 남자가 79.7년, 여자가 85.7년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3.8년, 3.3년 증가했다. 10년간 수명이 3.5년 늘어 3년에 한 살씩 노인연령을 상향해도 복지급여 수급기간은 줄지 않는다.
◈ 노인연령은 정년제도의 개편과 함께 한다
나이가 들어도 좀 더 오랫동안 일하도록 정년도 2020년부터 3년에 한 살씩 늦춘다. 즉, 2020년에 61세, 2023년에 62세, 2026년에 63세, 2029년에 64세, 2032년에는 65세로 점진적으로 올린다. 정년 후에는 당사자간 합의로 다시 일하거나 관련 업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린다.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과 연계되기에 청년실업을 키울 수도 있다.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노년 일자리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에 그 충격은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다양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년연장은 청년 고용에 영향을 줄 것이다.
정년 연장은 세대간 경쟁으로 비출 수 있지만, 20대와 30대의 부모가 50대와 60대라는 점에서 부모가 좀 더 안정적으로 일하면 그 가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청년의 입직 연령이 늦어지고, 자립도 늦어지는 상황에서 부모의 경제활동은 가계에 보탬을 줄 수 있다.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의 도입,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동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 연령의 상향조정은 시작되었다
평균 수명의 증가로 노령연금의 수령 연령은 점차 늦추어진다. 국민연금은 1988년에 도입될 때 20년 이상 가입하고 퇴직하여 살아있으면 60세에 ‘완전노령연금’을 탈 수 있었다. 이후 1952년 이전 출생자는 60세에 노령연금을 타지만, 1953~1956년생은 61세, 1957~1960년생은 62세, 1961~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부터 65세부터 노령연금을 탈 수 있다. 노령연금의 개시를 늦추었지만 수명의 증가로 연금 수급기간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생존자의 ‘기대여명’은 2017년에 남자가 18.6년, 여자가 22.7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남자 18.0년, 여자 21.3년보다 높다. 60세의 기대여명은 남자는 22.8년, 여자는 27.4년이고, 이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2.8년, 2.7년이 연장되었다. 40세의 기대여명도 10년 전과 비교해 각각 3.5년, 2.9년 높아졌다. 한국인의 기대여명은 10년 전에 비교하여 약 3년 연장되었기에 4년에 한 살씩 노령연금의 수급연령을 늦춰도 수급기간은 늘어난다.
◈ 노인연령에 따른 복지급여를 조정한다
노인연령의 상향조정은 피할 수 없지만, 다양한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에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리적 기준을 정해야 한다. 기초연금 등 복지급여의 축소를 정년연장으로 근로소득 증대로 보완해야 한다. 기초연금의 급여액을 연령에 따라 차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컨대, 65세 이상을 70세 이상으로 조정하면서 75세 이상 혹은 80세 이상에게 더 많이 지급한다. 75세 미만 기초연금의 최고액은 월 30만 원, 75~80세 미만은 35만 원, 80세 이상은 40만 원으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초연금은 70세 이상으로 늦추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시켜 70세 미만의 생계와 주거급여를 보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연령을 세분화시켜 욕구에 맞도록 복지급여를 설계해 모든 노인이 헌법상 규정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누리도록 하자. 아울러 65세 이상은 기준이 바뀌기 전에 주어진 복지급여를 잘 활용하여 보자.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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