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젊어서 기여금(보험료)을 내고 늙어서 연금을 받는 것이 핵심이다. 젊어서도 장애가 생기면 장애연금을 받고, 가입자가 사망할 때에는 유족이 유족연금을 받기도 하지만 노령연금이 중심이다.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하려면 국민이 낸 보험료를 국민연금공단이 잘 관리하고 수익을 불려야 한다. 요즘 뉴스를 보면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기금을 제대로 불리지 못한다는 투의 것이 많다. 진짜 그런가?
◈ 버닝썬 사건으로 국민연금이 손해를 보았다구요?
버닝썬 사건으로 국민연금이 크게 손해를 보았다는 뉴스가 크게 보도되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여러 연예인이 성폭력을 한 의혹이 있고, 성폭력 장면을 동영상 촬영하여 카톡으로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행위가 보도되면서 관련 연예인들이 ‘은퇴’를 선언하였지만, 소속 회사를 비롯하여 엔터테인먼트 주식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보름 만에 엔터테인먼트 분야 주요 상장사들의 사라진 시가총액이 약 6000억 원이다. 2월25일에 YG, JYP, SM 등 5개 주요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3조3천500억 원이었는데, 현재 2조7천600억 원으로 17% 넘게 줄었다.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26일은 연루된 가수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착수한 시점이었다. 연예인들의 불법행위에 왜 국민연금기금이 손해를 볼까? 국민연금이 YG 지분 6.06%와 SM 지분 8.15%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회사의 주식가치가 떨어지면 국민연금도 332억 원이나 ‘손해’를 본다는 셈이다.
이러한 보도는 ‘선정적인 기사’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손해를 본 것은 ‘시가총액’이 빠졌기 때문이고, 국민연금이 주식을 판매하지 않는 한 ‘손해가 발생된 것이 아니다’. 이는 마치 5억 원에 산 아파트가 경기가 좋아서 8억 원까지 올랐는데, 아파트 단지에 사고가 나서 7억 원으로 내린 것과 같다. 시세대로 아파트를 팔면 고점에 비교하여 1억 원이 빠진 것이지만, 팔지 않으면 ‘평가액’이 빠졌을 뿐 실제 손해를 본 것은 없다. 증권가는 YG와 관련한 분석 리포트가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사태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이다. 국민연금이 332억 원을 ‘손해보았다’고 호들갑을 떨기보다 당분간 주식시장을 지켜보는 것이 상책이다. 모든 주식은 내릴 때가 있으면 오를 때가 있다. 그것이 주식의 속성이다.
◈ 2018년에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은 -0.92%이었다
2018년 국민연금 기금운용수익률은 -0.92%로 잠정 집계됐다. 기금운용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된 것은 세계금융위기가 생긴 2008년 -0.18%인 이래로 10년만이다. 1988년부터 2018년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수익률은 연평균 5.24%이었고,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3.97%이었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이 낸 보험료와 각종 수익을 합친 금액이기에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2018년 말까지 적립된 국민연금 기금은 2017년보다 약 17조1천억 증가한 약 638조8000억 원이었다. 이는 국민이 낸 보험료가 일부 적립되었기 때문이고, 국내외 주식·채권 등에 투자해 얻은 연간 수익률은 -0.92%로 원금을 일부 까먹은 셈이다. 이처럼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의 35%를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는데, 2018년에 미·중 무역분쟁과 통화긴축, 신흥국의 신용위험 등으로 인해 연초부터 이어진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가 기금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국내·외 주식에 많은 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증시가 나쁘면 평가액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 주식평가액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마이너스 수익률은 다른 나라의 연금기금 수익률과 비교해야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국민연금공단이 국외 주요 연기금의 2018년 수익률을 추정한 결과, 일본 공적연금(GPIF)은 -7.7%,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3.5%, 네덜란드 ABP는 -2.3%로 나타났다. 한국 국민연금은 일본과 미국의 공적연금의 수익률에 비교할 때 그리 나쁘지 않았다. 주식이 크게 하락하는 장세에서 선방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 4.85%, 해외채권 4.21%, 대체투자 11.8%의 수익을 올려 증시에서의 부진을 만회해 더 큰 폭의 손실을 막았다.
다만, 2018년 캐나다 국민연금(CPP) 수익률은 8.4%로 높았는데, 이는 캐나다 연금은 위험투자 자산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 위험자산이 주식 35%, 대체투자 12% 등 47%로 구성돼 있는데 캐나다 연금은 80%를 넘어섰다. 위험자산이 많으면 수익률이 높을 때도 있지만, 수익률이 크게 나빠질 수도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 연금기금을 부동산에 투자할 것인가?
연금기금은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에 투자했다. 때문에 국내·외 주식과 채권에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2018년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가 의결한 중기자산배분안을 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목표수익률은 5.3%이다. 이를 위해 2019년말 자산군별 목표비중은 국내 주식 18%, 해외 주식 20%, 국내채권 45.3%, 해외채권 4.0%, 대체투자 12.7%로 제시됐다.
최근에는 부동산·사회간접자본·사모펀드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를 검토하는 경우도 있다. 기금 규모가 커짐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적절한 대체투자처를 찾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전통적인 자산 이외에 대체투자도 적극 찾아야 할 시점이다.
◈ 주가는 좀 더 장기적으로 보아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국민연금이 2019년 2월 말 기준 4%대의 수익률(금액으로 약 27조원)을 내며 까먹은 자산을 회복했다. 국민연금이 2018년에 투자에서 약 6조 원가량 손해를 보았는데, 올해 2월 말 기준 27조 원의 이익을 거둬 올해 들어서만 21조원의 기금자산을 늘렸다. 국내외 증시가 살아나면서 시가총액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보험회사에서 취급하는 연금저축은 거의 수익률이 없고, 국내·외 주식을 사고파는 펀드는 평가액이 원금의 2배 이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식이 떨어지면 부동산 등 다른 대체투자를 하고, 주식이 올라가면 부동산을 팔아서 주식을 사면 큰 수익을 얻을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뉴스에 나온 대부분의 자료는 ‘주식을 사고 판’ 실적을 갖고 ‘손해나 이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식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할 때 그만큼 손해 혹은 이익이 났다고 보도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같은 큰 연기금은 주식이 조금 떨어진다고 굳이 해당 주식을 팔지 않는다. 2018년에 주식평가액이 떨어져서 크게 손해를 본 것처럼 보도하지만, 대부분 주식을 처분한 것이 아니기에 장부상 평가액이 떨어졌을 뿐이다.
해당 주식은 언젠가 오르면 장부상 가격도 올라간다. 따라서 주식의 단기수익률을 가지고 크게 손해본 것처럼 보도할 것이 아니라, 장기수익률을 보아야 한다.
정리하면 연예인들이 성폭력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해서 주식이 크게 떨어졌는데, 국민연금기금이 큰 손해를 본 것인가“ 주식평가액을 기준으로 ‘손해를 본 것처럼 보일 뿐’이다. 국민연금공단이 해당 주식을 팔지 않고 가지고 있으면, 한류에 대한 지구촌의 반응을 고려할 때 조만간 관련 주식 가격은 올라갈 것이다. 특정 사건이 주가에 미친 것을 보고 과도하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한류 바람이 불면 관련 주식가격이 올라가고, 그때 주식을 팔면 큰 이익을 벌게 된다. 노후에 가장 믿을만한 자산으로 ‘국민연금’만한 것이 없다.
참고=국민연금공단
http://www.np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