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보리쌀 선물-김금분

보리쌀 선물

김 금 분

죽마고우 재복이가
군자리에서 농사지은 햇보리를
서너 됫박 실하게
보내왔다

너무 적어서, 아유 너무 적어서
주면서도 미안해하는 친구의 얼굴에
한여름 땡볕을 이겨낸
보리밭 이랑이 어룬거린다

검정 비닐 봉투안으로
손을 넣어 만져보니
방앗간에서 금방 찧은 것이라
뽀얀 분가루가 따뜻하게 묻어난다

나면서부터 고향에 눌러앉아
농사짓고 소 키우더니만
이젠 단단한 알부자 되어서
말소리조차 느릿느릿 급할 게 없는
보리밥처럼 푹 무른 재복이

별미로 맛보라고 조금 줬다는데
구수한 마음이 되레 별미라,
큰 솥에 넉넉히 물을 잡아
재복이처럼 은근한 불에 올려놓고
그리운 부뚜막 그 옛날밥을 짓고 있다네

·김금분
·춘천 출생
·춘천여고, 한림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수료
·월간문학으로 시인 등단(1990년)
·시집 <화법접환 > 외
·춘천 글소리낭송회장
·강원도의원(전 사회문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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