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장콜 보조석 거부는 차별 아니다’

인권위 결정에 행정심판 청구…결정 취소해야”

발달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보조석 착석 금지를 ‘차별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대해 장애계가 행정심판 청구에 나섰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에 따르면 2019년 8월 27일 자폐성장애를 가진 이 모 씨(19세)는 보호자인 어머니와 함께 장애인콜택시 보조석에 탑승하려고 했으나 운전기사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승차를 거부했다.
그동안 이 씨는 일반 콜택시를 탈 때도 보조석에 탑승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유독 장애인콜택시를 탈 때만 승차거부를 당했고, 이 씨와 어머니는 지난 2019년 12월 19일 인권위에 서울시설공단을 차별 진정했다. 그러나 지난 6월 29일 인권위는 위 사안이 장애인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탑승 시 어느 좌석에 앉을 것인지는 자기결정권의 한 영역으로 존중되어야 하고 비장애인들의 욕설이나 폭행 등의 사건들과 비춰보아 특별히 위험하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지는 않지만, 장애인콜택시의 기본 목적이 중증장애인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편의를 제공해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해야 하는 책임이 특별교통수단 운영자에게 있고, 이는 이동을 거부하거나 제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추련은 “인권위의 판단은 발달장애인에게 ‘이동권은 보장했으나 선택권까지는 무리다’라는 선언” 이라며 “대중교통에서조차 발달장애인을 제한하고 배제하지 않는데, 특별교통수단이어서 괜찮다고 하는 인권위의 낡은 인권의식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장추련을 비롯한 장애인권단체는 26일 오후 2시 인권위 앞에서 행정심판 청구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동환 장추련 변호사는 “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보조석 탑승은 자기결정권과 행동의 자유에 속한다” 며 “경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취객에 의한 폭행 등 비장애인의 공격 행위는 매년 3천 여 건에 이르지만, 발달장애인이 장애인콜택시 보조석에서 탑승해 사고가 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그런데 일률적으로 보조석에 탑승하려는 발달장애인을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라고 반박했다.
다른 사건에서는 장애인차별이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사례는 서울시설공단에서 지침으로 정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크다.
발달장애인은 ‘보호자 없이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도 없다’는 또 다른 차별도 겪고 있다. 김대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대표는 “발달장애인은 보호자와 함께 타야 한다는 규정부터가 이상하다. 이는 발달장애인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규정이고, 아마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라며 “그래서 발달장애인을 보조석에 앉지 못하게 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보호자가 있더라도 발달장애인이 보조석에 앉지 못하는 것은 마치 오래 전 미국에서 흑인들이 마음대로 버스를 타지 못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이것이 차별이 아니라는 판단에 인권위는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권위 결정과 비교해서 이번 판단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변호사는 △장애를 이유로 보험사의 계약 거부 △정신장애인의 복지시설 이용 제한 △일반승마장에서의 발달장애인 이용 거부 △구청수영장에서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발달장애인 배제 등은 모두 ‘차별’로 판단했다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인권위는 발달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보조석에 앉을 수 없다는 서울시설공단의 태도에 차별이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까지는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에 대해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며 “인권위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결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결정을 직권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인권위의 결정은 사회적 기준을 뜻한다. 인권위가 발달장애인들이 타고 싶은 곳에 타고, 앉고 싶은 곳에 앉지 못해도 된다는 기준을 세운 것” 이라며 인권위가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것을 거듭 촉구했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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