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정부에 촉구했다.
부모연대는 20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촉구 대정부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은 “(정부가) 치매는 책임지면서 발달장애인은 모른 체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부는 치매 의료비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추진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정책의 선제조건으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양영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은 “(정책이) 수해자에게 직접적으로 도움 되려면 맞춤형 전달체계 서비스가 필요하다”면서 “발달장애인 수준에 맞는 언어와 소통방법으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정책에 책정된 예산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발달장애인법 이행을 위해 매년 427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책정된 발달장애인지원금액은 85억 원으로 박근혜 정부가 수립했던 예산 90억 원보다 삭감된 수준이다.
김남연 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지난 2014년 4월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호소했다. 현행 발달장애인법에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촉진하고,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발달장애인 낮 시간 활동지원,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설치 등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애인 중에서도 발달장애인과 신체장애인을 차별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같은 등급이어도) 발달장애인은 신체장애인보다 활동보조금을 적게 받는다”며 “소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개헌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영석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은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에 맞춘 서비스가 필요하다”면서도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인식 변화”라고 주장했다. 생계를 책임지는 발달장애인의 부모가 근무 시간에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실현’ ‘장애인 가족지원 체계 구축’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제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정책제안서를 정부에 전달했다.
최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