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겐 내리막길이 가장 위험…심각한 교통사고 23배 증가

카이스트 연구팀, 교통사고 35만7000건 분석결과


◇ 자료사진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 비율은 3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을 뿐만 아니라 OECD 평균인 14.1%의 두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고령자 교통사고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보면 2011∼2017년 사이 교통사고는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전체 교통사고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서 17%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노인의 기준을 65세로 단일화하기보다 65∼75세 미만의 ‘저고령’, 75세 이상의 ‘고고령’으로 구분해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제시돼 주목된다. 이번 분석에서 고고령 그룹은 중년 그룹에 견줘 내리막길과 야간보행 시 교통사고에 따른 심각한 부상의 위험이 23배나 높았으며, 안전벨트 미착용에 따른 부상위험도 1.69배에 달했다.
카이스트(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 연구팀(윤윤진·노유나·김민재)은 2008∼2015년 사이 서울에서 발생한 35만7천679건의 경찰청 교통사고 데이터를 대상으로 고령 인구의 교통사고 위험도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교통사고예방’(Traffic Injury Prevention), 플로스원(Plos-one)에 잇따라 발표됐다. 연구팀은 교통사고 부상 수준을 사망·중상 등을 포함하는 심각한 부상과 심각하지 않은 부상으로 구분했다. 또 사고 피해자는 연령에 따라 청년 그룹(14∼24세), 중년 그룹(25∼64세), 저고령 그룹, 고고령 그룹으로 각각 나눠 그룹별 사고 위험도를 분석했다.
이 결과 65세 이상 노인 차량 탑승자는 중년 그룹에 견줘 조수석과 뒷좌석에 탔을 때 심각한 부상 위험이 각각 2.03배, 2.23배에 달했다. 이는 같은 조건에서 운전석의 심각한 부상 위험이 1.2배 차이가 난 데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안전벨트 미착용에 따른 심각한 부상의 위험도 고령 탑승자가 중년 탑승자보다 1.96배 더 높았다. 이런 위험도는 안전벨트 착용시에도 고고령 그룹이 1.69배로 저고령 그룹의 1.16배를 크게 상회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번 분석에서 고고령 그룹의 안전벨트 미착용률은 48%로, 저고령 그룹의 22%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노인들은 거리를 걷는 중에도 교통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컸는데,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트럭, 음주운전, 육교 부근 무단횡단 등이 꼽혔다.
응급상황 대응력이 떨어지는 75세 이상 고고령 그룹의 경우 내리막길을 걸을 때의 심각한 부상 위험이 중년 그룹보다 23배나 높았다. 또 음주운전 트럭과 야간 오르막길도 고고령 노인에게 심각한 부상 위험을 각각 18배, 10배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2015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10만명당 보행 사망자 수는 13.7명으로 OECD 평균인 3명의 4배 이상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윤윤진 교수는 “한국은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만큼 교통사고 위험을 단순 노인 기준에서 벗어나 고고령과 저고령으로 이분화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교통안전을 개별 사건 사고로 인지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공공 보건의 한 분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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