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증장애인 부양의무 기준 폐지…25~64세 소득공제

복지부, 내년 기초생활보장 제도 개선

부양비 조정·부양의무자 재산 기준↓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내년부터 중증 장애인 수급자 가구는 부양의무자 유무와 상관없이 생계급여가 지원돼 1만6000여가구가 기초생활을 보장받게 된다. 일해서 돈을 벌면 그만큼 생계급여를 삭감하는 제도 탓에 수급권자의 근로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노동소득 30% 공제 제도가 처음 도입된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1999년 9월7일) 20주년을 맞아 제도 시행(2000년 10월1일) 20주년이 되는 2020년 제도 개선 사항 및 향후 과제를 10일 밝혔다.

▣ 중증장애 수급권자,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탈락 없다
우선 수급권자 가구에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있는 경우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1억 원 이상 고소득자나 9억 원 상당 재산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을 땐 기준을 적용키로 하면서 내년에 1만6000가구가 신규로 급여를 지원받는다고 복지부는 전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소득·재산 등(소득인정액)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선정 기준을 밑돌더라도 1촌 직계혈족(부모, 딸·아들) 및 그 배우자에게 일정 수준 소득·재산이 있으면 수급 대상에서 제외(비수급 빈곤층)하는 제도다. 국가 대신 능력 있는 가족이 부양하라는 얘기다.
정부는 2017년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급여별 보장성 강화와 함께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를 진행, 비수급 빈곤층 43만 명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간 단계적 완화 조치는 부양의무자 가구 특성(노인, 장애인 등)에 따라 이뤄져 수급자 가구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에 복지부는 내년 처음으로 수급자 가구 특성을 기준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게 됐다.
나아가 6월부터 진행 중인 제2차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수급 빈곤층 규모를 다시 추계하고 이를 토대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년)에 부양의무자 기준 와화 방안을 추가할 계획이다.

▣ 25~64세 근로소득공제 전면 적용…노동 의욕↑
근로소득공제 미적용 대상인 25~64세 노동연령층 생계급여수급자에 대해 제도 도입 20년 만에 근로소득 30% 공제를 적용한다. 기존 7만여가구 생계급여 수준이 향상되고 약 2만7000가구가 급여를 새로 받게 된다. 생계급여는 보충성 원칙에 기반하고 있어 노동소득이 있으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된다. 수급자 관점에선 총소득이 같으므로 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부는 제도 도입 당시부터 근로소득공제를 규정했지만 유보되거나 장애인, 노인, 24세 이하 청년 등 특정 대상으로 제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소득 공제 대상이 확대되면 급여 수준이 강화되고 노동을 통한 자활이란 제도 목적도 실현할 것으로 복지부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 서울에서 부부와 딸이 함께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A(40)씨는 월 80만원을 벌고 있어 지금은 생계급여로 33만원을 받지만 내년 공제가 적용되면 60만원으로 83% 증가해 총 140만원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 수급자 탈락 최소화…공제액↑·부양비↓
기본적인 생활 유지에 필요하다고 인정해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 재산가액에서 제외하는 기본재산 공제액도 대폭 늘어나 5000여가구가 새로 급여를 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했으나 지역에 따라 10년(대도시)에서 16년(농어촌)까지 공제액이 인상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확대 결정에 따라 기본재산 공제액은 대도시 1천500만원(올해 5천400만→2020년 6천900만원으로 1천500만원), 중소도시 800만원(3천400만→4천200만원), 농어촌 600만원(2천900만→3천500만원)씩 늘어난다.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시 주거용 재산 인정 한도액도 2013년 이후 처음으로 늘어나 5000여가구가 생계급여 혜택을 받는다. 최저주거면적 전세가 상승률을 고려한 결과인데 대도시 2000만원(1억→1억2000만원), 중소도시 2천200만원(6천800만→9000만원), 농어촌 1천400만원(3천800만→5천200만원)씩 인정범위가 넓어져 수급자 선정이나 급여수준 등에서 수급자에게 유리하다.
성별 및 혼인 여부에 상관없이 부양비 부과율은 동일하게 적용하고 부과비율도 10%로 일괄 인하한다. 수급자 선정 시 부양의무자 가구 소득이 ‘부양능력 미약’에 해당하면 정부는 수급자가 부양의무자로부터 부분적인 도움을 받는 것으로 간주하고 일정 금액을 소득으로 산정해 급여를 계산하는데, 이때 이 금액이 부양비다.
그간 부양비 산정 시 아들 및 미혼의 딸이 부양의무자인 경우 30%, 혼인한 딸에게는 15%로 부양비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이번 조치는 형평성을 높이고 수급 탈락을 막기 위한 조치로, 5만여가구 생계급여가 올라가고 6000여가구가 새로 지원받을 전망이다.
끝으로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시, 부양의무자 재산(일반·금융·자동차)의 소득 환산율을 현행 4.17%에서 절반 수준인 2.08%로 낮춰 부양의무자 재산 때문에 수급권을 잃는 경우를 최소화한다. 2022년 10월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추가경정예산이 배정되면서 이달부터 조기 시행 중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여전히 존재하는 비수급빈곤층, 낮은 보장수준 등을 감안할 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당시 기대했던 수급자 권리의 완전한 보장이라는 목적을 다시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며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 수급자 선정기준의 과감한 완화를 위한 개선 과제를 검토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정부 내 협의를 거쳐 내년 제2차 종합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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