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에 근무한 전직 사회복지사 및 보호자 폭로
장애인 입소 시 보호자에게 1천700만원의 강제 기부금 강요
◇ 경남 산청군의 한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에서 근무했던 20여명의 전직 사회복지사와 장애인들의 보호자들이 15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들의 인권침해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경남 산청군의 한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에 수용 중인 장애인들에 대한 인권침해 및 보조금 횡령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던 20여명의 전직 사회복지사와 중증장애인들의 보호자들은 15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들의 인권침해 실태를 고발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의혹은 크게 2가지로, 수용 중증장애인의 인권침해 및 시설 원장의 정부 보조금 횡령문제로 요약된다.
먼저 장애인 인권침해의 경우 △여성지도사에게 남성 중증장애인의 목욕을 시키고 △여름철 에어컨 미가동 및 겨울철 난방시설 미가동 △특정 장애인을 방안에 감금하고 식사량 제한 △수용장애인 노동력 착취 △생활실 출입문에 자물쇠 설치 △보호자 면접권 방해 등이다.
또 정부 보조금 횡령부분은 △보호자에게 강제로 기부금 징수 △원장이 장애인 개인 통장 보관 △장애인이 병원에 입원해도 월 시설이용료 징수 등이다.
장애인 보호자 및 전직 사회복지사들은 “장애인시설 원장은 장애인이 시설에 입소할 경우 부모 등 보호자에게 ‘시설에서 자녀가 사망해도 어떤 책임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다”면서 “보호자가 서약서 작성을 거부할 경우 장애인에게 제대로 식사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입소 당시 보증금 300만원과 매월 시설이용료 37만2000원을 받으면서도 1천700만원의 기부금을 따로 내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 “원장 배우자가 운영하는 직업재활시설에 장애인들을 훈련명목으로 강제동원 시켜 냉장고 부품 및 빨래집게 등을 만드는 일을 시키고 월 2~3만원의 임금을 지급하는 등 장애인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각종 인권실태 및 점검에서 단 한 번도 적발되지 않은 것은 원장이 직원 및 장애인들에게 거짓답변을 하도록 강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권실태조사에 앞서 장애인시설 부서장과 원장 앞에서 사전 연습까지 진행했다고 전직 사회복지사들은 증언했다.
이들은 또 인권지킴이도 별 소용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관할 산청군이 인권변호사와 장애인 보호자, 직원 및 자원봉사자 등 5명으로 구성된 인권지킴이를 위촉해 운영하고 있으나, 정작 장애인들의 인권침해를 막기는커녕 방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장애인시설 원장은 직원을 시켜 “보호자 및 퇴사한 전직 사회복지사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시설의 장애인 인권침해 및 보조금 유용문제가 불거진 것과 관련, 관리감독기관인 경남도와 산청군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이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근무했던 전직 한 사회복지사가 감사원에 수용 장애인 인권침해 및 시설 원장의 보조금 유용 등에 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감사원이 진정내용을 경남도에 이첩하자 경남도는 그해 12월 11일부터 5일간 이 장애인시설을 상대로 회계 및 업무처리 전반에 대한 감사를 벌여 13건의 위반사례를 적발했다.
도 장애인복지 관계자는 “당시 해당 시설 원장이 자금 및 회계부분 4건에 대해서만 잘못을 인정하고 나머지 9건에 대해서는 감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버텼다”고 주장했다. 또 관할 산청군도 법적인 절차에 따라 해당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벌이고 있으나 장애인 인권침해 및 공금횡령 등의 문제는 드러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퇴직한 직원들과 보호자들이 주장하는 장애인 인권침해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장애인 보호자와 전직 시설직원들이 기자회견을 준비하자 부랴부랴 산청경찰서에 수사를 요청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당시 해당시설에 대한 첩보를 수집한 경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말 경남도에 감사결과를 요청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거의 1년이 지나도록 공식 수사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죽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