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년간의 국민기초생활보장에 대한 계획을 알리는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18~‘20년)’에 대해 시민사회계가 깊은 실망감을 표했다.
1차 계획에 따르면, 2018년 10월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된다. 그러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선 노인과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가구에 한해서만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즉, 사민사회계가 줄곧 요구해온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에 대한 계획은 담기지 않은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부양의무자 가구와 수급자 가구 모두에 노인과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가구는 2017년 11월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후 모든 수급자 가구 중 부양의무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소득 하위 70% 가구는 2019년 1월부터, 노인 포함 소득 하위 70% 가구는 2022년 1월부터 부양의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러한 계획에 드는 예산으로 복지부는 오는 3년간 4조3천억 원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인 향후 5년 동안에는 약 9조5천억 원이 추가 소요될 것이라고 추계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10일 성명에서 “정부는 3년 뒤인 2020년에는 현행 93만 명의 사각지대 빈곤층이 33~64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질적 기대 효과는 의문”이라면서 “과거 보건복지부는 보건사회연구원과 공동 발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방안’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 방안을 제외하고는 범위의 조정을 통한 사각지대 축소 효과는 기대한 만큼 크지 않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오늘 발표한 계획은 ‘어느 누구도 배제당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주장과 맞지 않는다”면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했다.
빈곤한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주는 기초연금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소득’으로 책정돼 매달 20만 원씩 국가로부터 ‘줬다 뺏기’는 수모를 당하는 빈곤 노인들도 당일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빈곤노인 기초연금보장을 위한 연대(아래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혁한다면, 시행령의 ‘소득의 범위’에서 기초연금을 제외해 기초수급 노인도 기초연금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오늘 발표엔 이 내용이 빠져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특히 계획 발표 직전에 열린 기초생활보장제도 관련 주민 간담회에서 있었던 일을 밝히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복지부 정책관의 답변이 “어처구니없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에 대한 질의에 박 장관은 “기초생활보장조차 받지 못하는 이른바 비수급 빈곤층 노인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배석한 복지정책관 또한 “기초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온전히 지급하면 차상위계층 노인과 소득 역전 현상이 심화된다”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는 “지금 존재하는 역전 현상은 현행 기초생활보장 소득인정액 산정에서 실제 소득이 없어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재산에 소득을 매겨서 생기는 문제”라면서 복지부가 사각지대 발생 원인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는 “기초연금이 30만 원으로 오르면 이제는 ‘30만 원 줬다 30만 원 뺏는’일이 발생한다. 대한민국 빈곤 노인들의 탄식과 분노가 깊어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황당한 궤변으로 이 문제를 회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함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