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분
오후 뜨거운 태양을
도청 등나무 그늘로 가리고 앉아
가물거리는 눈빛 하늘로 둔 채
흰 백지 점자로 찍은 진실이의 암호는
풀릴 듯 풀릴 듯 한나절이 다 가고,
등꽃 피웠던 자리
융단 같은 촉감의 꼬투리열매를 열어
이 냄새,
시로 쓰면 보이나요?
검은 안경 형문이의 머리 위로
새 한 마리 낮게 날아가다가
큰 글씨 슬쩍 엿보고
‘무지개 무지개’ 따라 읽으라며
봉의산 쪽으로 사라진다
글자마다 그렁그렁 그리움 매달려
서산에 얼굴 붉어지는
시 쓰는 나라
마음에 부는 바람을 바싹 끌어당겨
사랑이라 적어보는 열 일곱 지연이
약시로 변해가는 어둑어둑 세상에서 일어나
목발에 기대어 참사랑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 김금분
· 춘천출생
· 춘천여고
· 한림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수료
· 월간문학으로 시인 등단(1990년)
· 시집 <화법전환> 외
· 춘천 글소리낭송회장
· 강원도의원(9대 전반기 사회문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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