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슬픔에 대하여

양승준

행여 무덤 속이 이와 같을까
한밤중 문득 잠에서 깨어
사위를 둘러보면 세상은
어두운 만큼 고요하고
고요한 만큼 어두워
혹시 이곳이 저승 어디쯤이 아닐까
잠시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영혼과 육신이 헤어져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게 죽음이라면
육신은 얼마나 외로울까
영혼은 또 얼마나 황황할까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죽음은
그것만으로도 안쓰럽고 눈물 나는 일,
그렇다면 내 죽음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으리니
아, 미안하고 미안하여라

어느덧 나는
슬픔을 맞는 일이 한층 더 빈번해진 나이,
오늘밤에도 나는
이승과 저승의 어름 가까이 내려서서
나의 죽음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살펴보리라

* 양승준 시인
* 강원대국어교육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과정 수료.
* 1992년 「시와 시학’」, 1998년 「열린시조」 등단
* 시집 <이웃은 차라리 없는 게 좋았다>
<슬픔을 다스리다> <몸에 대한 예의>
<뭉게 구름에 대한 보고서>
<시를 위한 반성문>외 다수.
* 수상 : 원주문학상. 원주예술상, 강원문학상 수상.
현재 원주문협 명예회장을 맡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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