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면서 세상에게, 사람들에게 신세를 참 많이 진다
갚아도 갚으려고 해도 자꾸 늘어만 가는 빚,
결국 나는 내 인생을 살아온 게 아니라 남들에 의해서 내 인생이
만들어지는 게다
한 움큼도 안 되는 흙에게
한 곡조도 안 되는 바람에게
나의 무거운 인생을 맡기고 터덜터덜 걸어온 것이다
빚을 지고 가는 것이다
나무가 고요히 바람을 안고 잠을 자듯
달이 고요히 구름을 안고 밤길을 가듯
갚아도 갚아도 자꾸 늘어만 나의 빚
내 영혼을 빚어준 하나님에게
뼈와 살을 내어 주신 내 부모님에게
젖배 곯으며 키운 내 자식들에게
무한한 곡식을 퍼 주어도 미처 못 먹는 책들에게
내 몸은 꽁꽁 언 그들에게 진 빚 때문에 광채가 나고
그 빚이 오늘은 너무 무거워
쓸쓸한 내 뒷모습이 나를 망연히 바라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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