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마드리드 행

마드리드 행


송연숙

체리를 나눠먹으며
마드리드행 열차를 기다린다

마드리드,
마드리드라는 지명 안에는 리듬이 흐르고 있다
뒤꿈치를 들어 올리고
리듬의 발등 위에 나의 맨발을 올려놓으면
하얗게 부서지는 구름의 스텝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지중해의 하늘이
열차의 창문을 밀고 들어온다
빠르게 물러서는 풍경들은
물러선 곳에 제 자리가 있겠지
와르르 쏟아진 목걸이의 구슬처럼
알알이 흩어지며 떠나가는 기억들

지느러미 같은 치맛자락을 감아올리며
플라맹고를 추던 골목길의 늙은 무희와
그녀의 스텝에 맞춰 박수를 치던 관객
지느러미 날개로 물 위를 날고
지느러미 앞발로
육지 위를 걷거나 기어 다니기도 하는 물고기가
왜 이 순간 생각이 났을까
조류처럼 흔들리는 열차에 몸을 맡기고
땅거죽이 눈을 감는다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나
떠나는 일은 질문을 던지는 일이어서
내 안의 두루마리 질문지를 하나씩 뽑아서 읽어본다
나지막한 산 아래 낮은 건물들이 지나가고
황무지가 지나간다

낯선 기호의 간판과
들어도 알 수 없는 이국의 말들이 암호처럼 오가는 거리
이 거리에서 나는
버스정류장처럼 외롭다

· 송연숙 시인
· 2016 <시와표현> 등단
· 2019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 2019년국민일보 신춘문예 당선(밀알상)
· 시집 『측백나무 울타리』
· (현)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와표현> 편집장. 철원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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