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기차는 오지 않았다

이현협

꽃등을 들고 기차를 기다렸다

아기미를 벌린 시퍼런 차창마다
검표가 시작되면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다람쥐처럼 공짜 기차를 타고 국수보따리에 앉아 덜컹이는
문 사이로 지나가던 계절은 눈꽃이 오시도록 힘겨웠다

탯줄이 끊어지고 만장처럼 흩날리던
완행열차의 이야기들을 늙은 전봇대는 알고 있을까

목젖이 아픈 두리봄은 연어처럼 펄떡거렸고
날마다 배꼽 인사를 하던 담배 가게는 아직 건재했다
청국장 같은 말을 감춘 그 철길을 따라가면 곤드레, 딱주기처럼 푸르던
저 기차에 몸 실을 수 있을까

부서진 구름이 생피 한 방울 떨구지 않는 빈 정거장은
남겨진 날들을 세고 있었다

* 이현협 시인
* 2004 「시현실」 2006 「詩사사」 등단.
* 계간 「시산맥」 회원
* 춘천수향시낭송회 회원
* 한국시인협회 회원
* 강원여성문학인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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